예술인이 예술로써 증명하는 사회
공연예술계 ‘인맥’ 문제를 중심으로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고 상 혁
목차
Ⅰ.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2. 문제의식
Ⅱ. 인맥이 발생하는 이유
1. 작은 시장규모
2. 기회의 불평등
3. 예술적 다양성의 상실
Ⅲ. 인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1. 낮은 급여 수준
2. 성범죄
Ⅳ. 공연예술계 지원방안
1. 빅데이터를 이용한 공연유통의 혁신
2. 예술인 재교육 활성화
Ⅴ. 결론
Ⅰ.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문화예술은 정치, 경제, 사회와 같은 시대적 상황들과 끊임없이 관계하면서 대립과 융화,
창조를 통해 발전해 나간다. 사회 구성원들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사회가 축
적해온 문화예술의 토양 속에서 삶을 영위해 가고 있고 이제 문화예술은 국가와 사회의 발
전과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그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은 다양한
사회문제와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고 국가의 전
략적 정책으로 다루어질 만큼 국가 장래의 비전을 제시하고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매우 중요
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문화예술의 가치는 문화예술의 특성에 따른 다양한 편익제공에 의해 문화적 가치,
경제적 가치, 사회적 가치 등으로 분류된다. 문화적 가치는 인간의 정신을 함양하는 문화 자
체적인 가치를 의미한다. 경제적 가치는 문화예술의 특성인 창조성, 감성적, 이미지 제고 등의
파급효과에 따른 소득증가요인을 가져온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을 촉진하고
지역사회의 유지ㆍ발전을 가능케 하는 사회 향상적 가치를 창출시킨다(황교선, 2008). 우리는 이와 같은 문화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여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예술은 짧은 기간과 작은 투자로 쉽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어야만 비로소 가시적인 성과를 맺을 수 있다. 그렇기에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우리나라 예술계의 문제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하였다. 예술 관련 조직들은 대부분 소규모이며 정규직이 상대적으로 적은 등 다른 산업의 일자리와 비교하여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이 때문에 통계를 통한 양적 접근뿐만 아니라 예술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조사 대상으로는 문화예술 중에서 특히 공연예술 분야에 집중하였다. 공연예술이란 형식적 측면에서 관객과 연기자라는 두 주체가 존재하고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진행되는 형식을 갖고 있으며, 사회적 행위와 구분되는 미적대상이어야 한다. 이처럼 공연예술은 행위예술로서 명확한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이와 동시에 일정한 시간과 장소라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 또한 존재한다.
최근 11년간 공연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공연시설은 2007년 662개 시설에서 2017년 1,019개 시설로 357개의 시설이 늘어났다. 종사자 수는 2007년 9,037명에서 2017년 12,377명, 매출액은 2007년 2,879억원에서 2017년 3,500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은 2008년 2,322억 원에서 2017년 4,632억원으로 2,31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관객들이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공연예술 시장 또한 확대되는 추세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공연예술 시장은 양적 성장은 이루었음에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이유로 인해 질적 성장까지 이뤘다고 보기 어렵다.
2. 문제의식
2000년대 이후 양적 성장 과정에서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의 처우가 개선되었는지 살펴보자. 여전히 공연예술인들은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으며 일하거나 혹은 생활고에 비관하여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심한다. ‘우리나라에서 예술가는 30살 전에 돈을 벌지 못한다’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로 예술인들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예술계가 지닌 문제를 구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예술계 종사자들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당장 취업보다 학교에 오래 남아 대학원에 가는 것이 무용공연을 하는 학생들 대부분의 코스이다. 교수님 곁에 있어야 공연이나 무용단의 TO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디션, 댄스잡마켓 등의 기회가 있지만 주연 배우는 이미 내정되어있으며 공정한 기회 속에서 스스로 실력을 보여줄 기회가 매우 적다. 결과적으로 예술가들은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한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우리는 우리나라 예술계가 지닌 문제가 외적 요인, 즉 고착화된 사회 시스템이라고 판단하였다. 우리는 그중에서 ‘인맥’의 문제점을 중점으로 지적한다.
'파벌과 인맥이 판치는 무용 분야'라는 표현처럼 공연예술계는 이러한 문제를 그동안 인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동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계화, 산업화의 환경과 경제 논리 속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유연하게 대처해온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유독 공연예술은 그러한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공연예술계를 휘잡고 있는 인맥은 끊이지 않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점을 문제라고 의식하여도 이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논문을 통해서 인맥이 발생하는 이유를 파헤쳐 보고 이를 바탕으로 야기되는 문제점 및 해결방안까지 고찰해보겠다.
Ⅱ. 인맥이 발생하는 이유
1. 작은 채용 규모
현재 상근하는 공연예술인은 7만여명, 프리랜서 예술가들까지 합치면 대략 10만명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공연예술과 직접 관련된 4년제 졸업생만 하더라도 매년 1만 명 이상이 현장으로 나오고 있다. 공연시설 및 단체 종사자 수, 공연시설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8.6% 증가(983명 증가)하였지만 공연 단체 종사자 수는 전년 대비 1.7% 감소(870명 감소)하였다. 공연예술 중에서 경쟁이 심한 무용 예술을 예로 들겠다. 직업무용단에 소속된 단원들은 이직률이 매우 적어 매해 직업무용단의 신규 단원 채용은 전국 25개 시립무용단을 모아 총 100여명 미만으로 매해 2천여명의 무용 전공 졸업생들이 쏟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직업무용단의 입단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공연단체에 채용 규모는 작을 뿐만 아니라 종사하는 규모 또한 감소하는 추세이다. 예술인으로서 좁은 취업 문을 뚫기 위해서 그들은 자신의 예술이 구인자의 눈에 띄어야 하지만 문제는 그러한 구직자들이 대부분 학연과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직업무용단과 함께 한국의 창작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는 대학을 중심으로 규합된 동문 무용단이다. 전국에 산재한 50개가 넘는 대학 무용과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자신의 제자 등 학연과 연계한 동문 무용단을 비롯해, 무용학원이나 지역 연고를 통해 사제지간, 선후배로 얽혀진 무용단의 숫자는 전국에 걸쳐 대략 200여 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예술을 발전시키기보다 그들에게 눈도장을 받을 수 있도록 인맥이라는 답에 매달리게 된다.
2. 고용 불안정
공연단체의 총 인력 수는 50,325명으로 추정되었다. 이 중 단원은 43,641명으로 전체의 86.7%, 지원인력은 6,684명으로 전체의 13.3%로 추정되었다. 고용형태별로 살펴보면 정규직은 12,351명으로 전체의 24.5%, 비정규직은 37,974명으로 전체의 75.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처럼 공연단체의 고용형태는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구성되었으며 이는 그들의 고용이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물론 이와 같은 현상은 공연예술 특성상 작품 단위의 계약이 주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그러나 공연예술 중에서 앙상블이 중요한 오케스트라, 발레단의 경
우 단원제로 유지될 필요가 있으며 비정규직 계약은 조직 몰입도 저하, 팀워크나 집단 생산성 저하, 업무단절 및 비효율, 교육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발생시킨다.
이러한 고용의 불안정 때문에 예술가들은 자신을 주류 인사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해야한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이 노동 유연성에 따른 실력 위주 채용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공연예술 취업 시장규모가 워낙에 작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구인자의 눈 밖에 난다면 그들은 다른 곳으로 이직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장이 좁고 이 바닥(공연계)이 너무 작기 때문에 찍히면 끝나는 거예요.” 이처럼 구인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평판은 한 사람의 예술 인생을 뒤바꿀 정도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그렇기에 예술인들은 예술계 주류에 어떻게든 자리를 잡으려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그들 사이의 ‘인맥’은 좀 더 견고해진다.
3. 예술적 다양성의 상실
예술은 어떤 분야보다 집단 지성이 중요한 장르이다. 따라서 집단 지성이 가능하기 위해서 예술은 필수적으로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예술이 과연 다양성을 존중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내가 이해를 하는 것이므로, 내 이해와 해석도 남의 해석과 등가가 되어야 한다. 이해방식이 다를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가 이런 예술적 등가성을 충분히 보호하고 있나? 아니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권력적이다. 수많은 예술적 실천과 이해들이 예술이라고 정해진 기준으로 무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쉽게 ‘이것은 예술이고, 이것은 예술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때, 그 기준이 되는 건 무엇일까? 무엇이 대상을 예술적으로 만들고, 예술이 아닌 것으로 전락하게 만드는가? 문제는 이처럼 증명 불가능한 명제를 가능하게 만드는 부류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본질이라고 말함으로써 예술을 독점하려는 주류 예술인들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예술계는 주류 예술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며 그들은 자신 이외의 예술적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주류 예술인이 예술계 미치는 영향력의 크기를 가늠해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인맥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Ⅲ. 인맥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1. 낮은 급여 수준
<그림 12>는 공연예술 전문인력의 보수에 대한 만족도의 비율 수치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문항 29번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문항 모두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냈으며, 문항 30번의 경우 만족도가 높을수록 부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응답의 결과는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문항 32번의 경우 근무시간 외의 추가근무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응답을 나타냈는데, 자신이 근무한 시간에 비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설문 31번의 경우 ‘현재 근무지에서의 복지는 잘 되어 있다.’는 설문에 응답자의 반 이상이 정규직인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수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계약직이나 파견직, 일용직과 같이 정규직과는 달리 비정규직은 한 작품을 진행하는 동안에 투입되는 프리랜서의 개념으로 작용하므로 이들에 대한 복지 수준이 잘 구축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특징으로는 소수에게 부가 집중된다는 점이다. 특히 창작, 실연자의 경우 재능 있는 슈퍼스타에게 부가 집중되어 임금 격차가 심한 것으로 나타난다. 소수의 성공한 예술가가 될 가능성은 불확실하기 때문에 예술계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복권 당첨'의 기회를 바라는 사람과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영세한 단체에서는 고용 계약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영세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극단 같은 경우에는 계약서를 쓰고 이런 건 없어요. 대표님이나 그 밑에 있는 분들이 알아서 챙겨주면 받는 것이고 아니면 못 받는 거고.” 더 나아가 창작·실연자가 아닌 지원인력의 경우, 직급이 올라가도 임금상승이 미미하다. 그들은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버텨보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직을 하거나 예술 분야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임금이 너무 낮기 때문에 오래 다닐 수가 없어요. 서른이 넘으면 기본적으로 200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어려운 업계니까 회의가 드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이러한 임금 불평등의 문제가 해결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인맥’의 작용이다. 예술인들은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인지함에도 이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어떻게서든 주류 예술인 곁에 머물러야만 자신들이 언젠가 성공한다는 희망의 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다른 곳으로 이직도 어렵기에 주류 예술인 곁을 떠나도 자신의 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진다는 확신도 없다. 따라서 예술인들은 여전히 낮은 급여를 받더라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움직임을 낼 수가 없다. 낮은 급여의 현실이 바뀔 여지가 없다는 점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2. 성범죄
미투 운동 등을 통해 문화예술계에 만연하였던 성희롱·성폭력 사건이 폭로되었다. 성폭력 피해 경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 응답자 2478명 가운데 성희롱 성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57.7%(1429명)에 달했다. 여성과 남성을 통틀어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1513명은 가해자로 선배 예술가(982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기획자 및 감독(794명), 대학교수·강사(537명) 순이었다. 이는 권력 관계에 기반을 둔 성폭력이 널리 퍼져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성폭력 피해자 가운데 85% 이상은 “문제제기를 못하고 그냥 참고 넘어갔다.”라고 답했다. 이는 도제식으로 일을 배우는 문화예술계에는 강한 위계 관계가 형성되고, 한번 문화예술계에 진입하면 평생 그 영역에서 공존해야 한다는 폐쇄성에서 나온 결과이다. 이를 보충하는 자료로 예술인의 공연예술 활동 현장 인식에 대해 응답자들은 ‘본인이 활동하는 예술 분야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학벌, 지연, 사제 관계 등의 인맥이 중요하다’(긍정: 70.1%)를 가장 높게 꼽았다. 이에 반면, ‘뒷풀이 등 회식 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성적농담이나 음담패설 등을 하는 것은 상관없다.’(부정: 84.5%), ‘예술계 남성 지도자(또는 교수 등)들은 여성에 비해 능력이 있다’(부정:71.2%) 등의 항목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응답 비율이 높았다. 이를 토대로 인맥, 학벌 중심의 공연예술계 고용 관행이 성폭력에 상당 부분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Ⅳ. 공연예술계 지원방안
1. 빅데이터를 이용한 공연유통의 혁신
공연예술의 노동시장 성격은 그 특성으로 인해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여전히 인맥이 주된 평가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예술 분야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고용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함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이제는 예술계 채용과정에 ‘블라인드 채용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란 채용과정(서류·필기·면접)에서 편견이 개입되어 불합리한 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출신지, 가족관계, 학력, 외모 등의 항목을 걷어내고 지원자의 실력(직무능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이다. 따라서 이는 차별적인 평가요소를 제거하고,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는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한다. 이는 인맥 중심의 평가를 없앨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다.
더 나아가 공연예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연유통의 혁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공연예술의 유통은 소비자에게 공연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하는 모든 경로와 수단을 의미한다. 공연예술 유통 활성화는 소비자에 대한 정밀한 분석을 기본 전제로 하며 이에 대한 책임은 누구보다 매개자에게 있다. 매개자는 관객개발을 통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속에 정체를 보이며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공연예술의 경제적 어려움과 현안들을 해결해야 하는 주체들이다. 혁신은 ‘빅데이터를 통한 맞춤형 정보 제공’을 통해 가능해진다. 현재 대부분의 공연예술 단체들은 객석 점유율, 관객의 정체성, 관객 수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량적인 통계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어떤 공연을 보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공연을 보았는가다. 공연 관람의 동인을 알아야 그에 부합하는 공연을 픽업할 수 있고, 맞춤형 큐레이션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데이터의 수집, 저장, 분석 기술 발달은 빅데이터 시대를 열었다. 방대한 양의 정형데이터는 물론 비정형데이터를 포괄하는 빅데이터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보다 실증적이고 과학적인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관객 분석을 기본 요체로 하는 공연예술의 유통에도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예컨대 관객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별 공연 평가, 선호도, 연관 소비 행태처럼 복합적인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 분석을 광범위하게 시도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빅데이터를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공연유통 활성화 방안을 고안할 수 있다.
2. 예술인 재교육 활성화
예술 분야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신규인력이 지원하는 일자리가 일정 분야에 한정된 사실도 문제이다. “예술 분야 다양한 일자리를 모르는 것도 문제이다. 학생들한테도 그런 걸 가르쳐줘야 한다고 봐요. 다양한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요. 다양한 직군이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아요.” 최근 10년간 공연 및 시각예술 시장은 양적으로는 성장하였지만, 예술 기관·단체의 영세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 매개자들을 수용할 만한 기관이 없다는 게 악순환의 연속을 만드는 이유이다. 물론 매개자 역할을 수행하는 전문인력의 지위와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전문 인력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시스템의 합리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이다. 전문가의 영역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실력을 갖춘 인재를 채용해서 제대로 일을 풀어나가기보다는 학연과 지연, 인맥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예술 관련 매개인력들의 전문성은 그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예술시장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고용의 질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재원 발굴이 필요하다. 결과적으로 재원 다양화를 위한 인력 전문성이 제고되어야 한다. 지난 10년 동안 공연 및 전시의 기획·제작이나 홍보·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으나 조직 영세성을 완화하기 위한 재원조성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기획, 홍보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 전문성 제고도 필요하다. 이처럼 전문예술인의 직업전환을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 지원은 창의력 있는 예술인 육성을 도모할 뿐만 아니라 예술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 창출의 의미 즉 직업 확장의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다 질적으로 향상되고 전문적인 재교육 프로그램의 운영이 중요하며 이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병행되어야 한다. 또한 공개토론회와 심포지엄, 워크숍 등을 통해 전문예술인의 은퇴 후 직업전환에 대한 공공지원의 필요성을 알리고 전문예술인들이 직업전환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에 참여시켜야 한다.
Ⅴ. 결론
공연은 각 분야에 종사하는 다양한 역할의 전문인력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하나의 작품이다. 관객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관객들이 원하는 공연에 대한 만족감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준 높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역할도 다양해지고 전문화되어왔다. 특히 국내의 공연예술에 대한 여건이 매우 열악함에 불구하고 그들은 관객들에게 생생한 공연장의 에너지, 전율과 감동을 전달하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관객이 원하는 완성도 있는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공연예술 종사자들의 역할에 대한 비중이 매우 크며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공연예술 종사자의 전문성, 예술성 등 인력 방안 개발과 근무지에서의 처우와 업무 환경에 대한 개선방안의 정책 및 운영제도가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공연예술이 지닌 인맥이란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아가 공연예술 전문인력의 효율적인 운영방안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서 가치를 갖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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